日常2013. 3. 22. 20:38

어떤 하급관리가 오랫동안 선생의 학문을 청강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. '이 학문은 매우 좋기는 하지만 공문서를 관리하고 소송을 관장하는 일이 번잡하여 학문을 할 수 없습니다'. 선생께서 그것을 듣고 말씀하셨다:


내가 언제 그대에게 공문서를 관리하고 소송을 관장하는 일을 떠나 허공에 매달려 강학하라고 가르친 적이 있는가? 그대에게는 이미 소송을 판결하는 일이 주어져 있으니, 그 소송을 판결하는 일에서부터 학문을 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격물이다. 예를 들어 하나의 소송을 심문할 경우에 상대방의 응답이 형편없다고 화를 내서는 안 되며, 그의 말이 매끄럽다고 기뻐해서도 안 된다. 윗사람에게 부탁한 것을 미워하여 자기 뜻을 보태서 그를 다스려서도 안 되며, 그의 간청으로 인해 자신의 뜻을 굽혀서도 안 된다. 자기 사무가 번잡하다고 멋대로 대충 판결해서도 안 되며, 주변 사람이 비방한다고 모해한다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 처리해서도 안 된다. 이 수많은 생각들은 모두 사사로운 것이며 단지 그대만이 스스로 알고 있으니, 반드시 세심하게 성찰하고 극복하여 오직 이 마음에 털끝만큼의 치움침과 기울어짐이라도 있어서 사람의 시비를 왜곡시킬까 두려워해야 한다.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이다. 공문서를 관리하고 소송을 관장하는 일들은 실학이 아닌 것이 없다. 만약 사물을 떠나 학문을 한다면 도리어 공허한 데 집착하는 것이다.


([전습록] 권하 218조목, 정인재/한정길 역에 따름) 




김형석 교수님 블로그에서 보고 퍼 왔다.

올해부터 새로운 출발이다. 새 출발에 대한 각오는, 위에 인용한 글로 갈음한다.

Posted by hannwip